장고개마을, 문현동
짬나는 시간에는 언제나 서면을 와서 전포동을 어슬렁 거리지만
오늘은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하여 고민하던 중
근처 문현동에 어디 카페가 없나 검색하다가
'장고개1987'이라는 아주 레트로하고 신박한 네이밍의 카페를 찾아 출발
도착하니 역시나 내가 원하던 그런 거리
요즘 꽂힌 사진은 언젠가 사라질 것 같은 옛 도시의 풍경.
부산의 곳곳이 내 카메라에 담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대연동을 처음 찍었다.
이번은 두번째, 문현동
일부는 이미 아파트가 건설중이었고 낡고 작은 주택들이 즐비한데 재건축에 대한 현수막들이 곳곳에 있더라.
이곳의 이름은
#장고개
조만간 이곳도 재건축으로 인해 사라지겠지

산과바다의 도시 답게 이곳도 수많은 경사와 함께 형성되어있는 주택과 상가
많은 사람들이 살았겠지만
일부는 개발에 반대할 것이고, 일부는 보상을 받고 떠나겠지.
이런 마을들이 사라지는게 과연 도시를 어떻게 바꿀지
사실 이런 주택들이 지어졌던 때에도 허허벌판에 여러층의 건물로 빼곡하게 채우는걸 보고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또 한번 시대가 변했을 뿐
#밀양슈퍼

마을 초입에서 마주했던 슈퍼
강렬한 노란간판과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듯 보이는 초록 차양막이 눈에 띄었다.
(사진 에세이 쓰는게 쉽지 않네... 오늘따라 문장이 나오지 않아)
#상경아파트

이 마을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진 상경아파트
층고도 높은걸 보니 그리 오래되진 않았나보다.
오후에도 해를 가득 받고 있어 집안은 매우 따뜻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걸 왜 찍었는지 돌이켜보면, 하늘과 따뜻한 햇살을 받은 벽을 찍고싶었나보다.
(후지필름의 하늘색은 참 마음에 든다)
#해운파크맨션

이동네의 또다른 아파트 해운파크맨션
이름에서 보듯이 맨션이다. 고오급아파트라고 했지만 세월은 속이지 못한다.
그래도 언덕위에서 모든걸 내려다 볼 수 있는 그런 곳
여기도 구름과 하늘을 배경삼아 멋진 그림을 만들어 준다.
#이름모를 주택

요즘 아파트는 풍경좋고 해가 많이 드는 곳에 거실을 두지만
이곳은 아니었나보다.
아니 사생활을 더 중시하여 도로변에 큰 창을 두지 않았을 수도 있지.
이곳도 해가 잘 들어서 찍어보았다.
#남의집 대문

찍고나서보면 세상 쓸데없는 풍경같은데
유독 눈이 많이가는 사진이 있다.
남의집 대문이라 나에겐 의미가 없는 곳인데
심지어 사생활 침해일 수 있는데
해가 누워 대문을 비추고 있는 모습을 놓칠 수 없지
나 혼자만의 작품이니 그럴듯한 의미부여하기
#오늘의 사진

여기 별볼일 없는 사진이 또있다.
오로지 색이 이뻐 남겼던 사진
노랑, 베이지, 갈색, 진한하늘색이 한데 모였다.
해를 받으니 더 진득한 색상
사선으로 누운 선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전깃줄
집주인이 한번은 도색을 다시 했겠지?
색을 너무 잘 썼더라
#줄지어놓은 연탄

벽 사이로 보이는 연탄이 신기해서 찍은 사진
지금와서보니 이빨같아보이기도
#버려진 전단지

여전히 아직까진 마을에 사람들이 거주를 하고 있기에
생필품을 공급해줄 마트는 필요하겠지.
근처 어딘가에 있을 마트의 전단지가 연달아 두개나 붙어있더라.
051마트
부산의 지역번호를 따다니... 이름 잘짓네
#성천문구

사진에선 보이지 않지만
근처 아주 높은곳에 초등학교가 있더라.
이름은 성천초등학교
여전히 학생들이 있었고
그래서 문구점도 있는 것 같다.
진짜 어릴때 보던 그런 문구점인데 추억 돋네
여기도 해가 잘 들어 찍었던거 같다.
#웬 컨테이너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폐교 앞에 위치한 컨테이너
버려질 물건을 쌓아둔건지
정체를 모르겠다만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선 저런 곳에다가 운동하던 아이들의 거처(?)를 마련해 줬었는데
#군계일노(Yellow)

폐교옆이라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었는데
요상하게도 눈에 띄던 노란박스
무채색 속에 유채색이 피어나니 눈에 띌수밖에
#찾았다 길냥이

마을사람들이 곳곳에 마련해 둔 고양이 급식소가 있길래
돌아다니는 애들이 많은가보다 해서 기대하던 찰나
골목에서 발견한 뚠뚠한 냐옹
얼굴을 파묻고 사료를 먹다가 나의 발소리에 홱 돌아보고는
방해하지 말고 꺼지라는 눈빛을 쏘고 있는 중이다.
나는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대한 유지한 채 멀리서 딱 세컷만 찍었다.
(아 이럴땐 망원이 간절하네)
오늘도 주제없는 거리 탐방을 마치고
다음을 또 기약한다.
Photo by 김태욱
#x-pro3 + 33mm f1.4